“국회의원 너무한다”…투표권 없는 어린이 위한 법안에 ‘뒷짐’
“국회의원 너무한다”…투표권 없는 어린이 위한 법안에 ‘뒷짐’
  • 이재형 기자
  • 승인 2019.11.1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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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개탄한 피해자 가족들, 청와대에 간곡한 부탁의 청원 올려
청원 홈페이지
청원 홈페이지

"국민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출마한 사람들, 국회의원에 당선되니 제 밥그릇 챙기는 데만 급급합니다."

어린이들의 생명안전을 지키기 위해 발의된 법안들이 국회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안되고, 짧게 수개월에서 길게 수년째 계류 중에 처해져 피해자 가족들이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피해자 가족들로부터 "투표권이 없는 어린이들을 위한 법안들이다보니 중요도 면에서 관심 밖으로 밀려 찬밥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성토를 사고 있다.

특히 이런 행태는 피해자 부모들을 또 한 번의 상심에 빠뜨리며, 국회의원들에 대한 불신의 싹을 키우고 있다.

현재 아이들의 생명안전을 위해 발의된 법안 중 상임위에 상정조차 안되고 계류 중인 법안은 확인된 것만 5개 정도에 이른다.

해인이법, 한음이법, 제2하준이법, 태호-유찬이법, 민식이법 등이다.

'해인이법'은 표창원 의원(더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으로, 13세 미만의 어린이가 질병, 사고 또는 재해로 인해 응급환자가 된 경우 즉시 응급의료기관 등에 신고하고 이송조치 및 필요한 조치 등을 하는 법안이다.

지난 2016년 4월에 발의돼 3년이 넘게 계류 중이다.

또 권칠승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한음이법'도 지난 2016년 7월 발의돼 역시 마찬가지로 3년이 넘게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어린이통학버스 정차 시 양방향 차로 진행차량 정지와 어린이 통학로 지정(교육시설 주출입문∼어린이의 집), 통학버스 동승자의 안전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아울러 이용호 의원(무소속)이 지난 2017년 10월 발의한 '제2하준이법'도 2년이 넘게 계류 중인 상태다.

이 법안은 경사진 곳에 주차장을 설치하는 경우 차량의 미끄럼 방지를 위한 고임목 설치 및 주의 안내 표지 설치를 의무화 하는 것과 주차장 사고 예방 및 실효적 대책 마련을 위해 그간 기계식 주차장에만 적용되던 사고 보고 및 사고 조사 의무를 전체 주차장으로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이정미 의원(정의당)이 발의한 '태호-유찬이법'도 지난 5월 발의돼 6개월째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어린이를 탑승시켜 운행하는 차량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어린이 통학버스 신고대상에 포함하고, 적용 대상 체육시설업에 체육시설을 소유·임차해 교습하는 업종까지 추가하는 것과 인원이 안전기준을 넘지 않도록 좌석 안전띠 착용 확인 및 안전운행기록 작성을 의무화했다.

또 체육시설업을 운영하면서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한 고지 방법 강화, 업체의 교통법규 위반 정보를 기존 주무기관 장에게만 제출하던 것을 확대해 학원 및 체육시설 등 해당 시설 홈페이지 등에 게시해 학부모들이 안전사고 이력 확인을 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강훈식 의원(더민주당)과 이명수 의원(한국당)이 지난 9월 각 발의한 '민식이법'이다.

이 법안도 2개월여 동안 상임위에 상정조차 안 되고 계류 중인 가운데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 설치 의무화, 어린이보호구역 내 과속카메라 설치 의무화,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망사고 시 가중처벌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같이 '냉동 상태'로 법안들이 장기간 계류 중에 놓이자 피해자 가족들은 최근 뜻을 모아 공동으로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관련 법안들의 통과를 촉구하는 청원(제목 : 어린이들의 생명안전법안 통과를 촉구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을 올렸다.

청원 홈페이지 주소(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3543)며, 12일 현재 2천681명이 동의했다.

한편 지난 9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횡단보도에서 과속으로 추정되는 차량에 치여 큰 아들 민식이를 잃은 부모(김태양·박초희 부부)는 "현재 아이들의 이름을 딴 법안들이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며 "국회의원들 전원에게 민생법안의 통과에 협조에 대한 동의서를 돌려 현재 회신 중에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각 피해부모들이 이미 청원을 진행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언론의 관심, 국민들의 관심, 국회의원들의 관심, 국가의 관심이 줄어드는 현실을 느끼고 있는 피해부모들은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 날을 보내고 있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또 민식이 부모는 "저희는 저희부부뿐 아니라, 해인이 부모, 한음이 부모, 하준이 부모, 태호-유찬이 부모들이 아이들의 이름을 빛나라고 지어줬지만, 먼저 아이들을 떠나보내고 그 아이들의 이름을 딴 법안을 발의하고 입법되길 희망하는 부모님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이번 청원을 진행하게 됐다"고 청원사유를 알렸다.

청원을 통해 20대 국회에서 이 법안들이 조속히 통과되길 촉구하고, 간곡히 희망한다는 부모들은 "이렇게 많은 아이들의 법안이 국회에서 계류 중에 있다. 준비되지 않았던 예기치 못한 이별에 저희 피해부모들은 아이들의 이름 앞에 눈물로 호소한다"며 "아이들에게 투표권이 없다는 이유로 법안들 사이에서 빛을 바라지 못하는 것이냐. 아이를 더 낳는 세상이 아니라, 있는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원한다"고 간곡함을 피력했다.

이어 "국민의 안전, 특히 어린이들의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가의 의무며, 정치권의 의무이자, 어른들의 의무다"며 "최소한 아이들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고,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의 미래가 부모들이 지어주는 그 이름처럼 반짝반짝 빛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일하는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어 달라. 문재인 대통령님, 국회의원님들, 그리고 국민 여러분 모두가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해달라. 간곡히 부탁드리겠다"고 호소했다.

청원 홈페이지 주소(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3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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