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만났다가 시달리는 아산 반찬가게…이유는?
문 대통령 만났다가 시달리는 아산 반찬가게…이유는?
  • 이재형 기자
  • 승인 2020.02.18 18: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산 온양온천전통시장 내 위치한 한 반찬가게가 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데 모자라 친문(親文) 지지자들의 무차별 공격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중고를 겪고 있는 반찬가게

특히 생업이 어려워진 실정에 놓인 상인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호소했던 대화가 친문 지지자들의 공격 대상이 됐다는 배경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구매 운동' 바람도 불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우한 교민 임시생활시설인 아산 초사동 경찰인재개발원을 거쳐 온양온천시장의 상인들을 만나면서 비롯됐다.

이날 문 대통령은 이 반찬가게를 찾아 상인에게 인사하면서 "(경기가) 좀 어떠세요"라고 물었고, 가게 C 주인은 "거지 같아요. 너무 장사 안돼요"라고 대답하면서 불거졌다.

문 대통령과 C 상인의 대화 내용이 한 지상파 방송에 공개되면서 친문 지지자들이 인터넷 주소, 영상 캡처 사진 등을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게시판 등에 퍼나르는 등 C 상인이 무차별 공격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조선일보 18일자 1면 '대통령 앞에서 그게 할 소리냐, 친문 반찬가게 주인까지 신상털기' 제하의 기사에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거슬린다고 판단되면 무차별 공격을 퍼붓고 보는 강성 친문 지지자들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며 "흔히 '문빠'라고 불리는 이들은 우한 폐렴 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생업이 어려워진 전통시장 반찬가게 주인을 상대로 '테러'에 가까운 공격을 가했다. 서민(庶民)의 언어로 문 대통령에게 "거지 같아요"라고 한 게 문 대통령에 대한 '불경(不敬)'이라는 이유였다"고 보도되면서 알려졌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인신공격성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어리석은 아줌씨가 마음이 고약하여 잃을 게 많아 보인다', '손님 없는 당신 안타까워 들르신 곳. 이 집은 나도 안 간다'는 댓글이었다"며 "사실상 '불매 운동'을 충동질하는 내용인 셈이다"고 꼬집었다.

C 상인이 운영하는 반찬가게 상호명과 주소, 휴대전화번호도 댓글을 통해 일제히 공개되는 충격적인 소식도 전해졌다.

조선일보는 "'이 집은 평생 안 간다'며 영상 캡처를 올린 소셜미디어에는 631명이 마음에 든다며 '♡(하트)'를 눌렀다"며 "며칠 전부터 '발신자번호 표시 제한'으로 하루 4~5통의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보이스피싱일까 봐 전화를 받지 않았는데 밤 11시에도 전화가 오더라"는 당시 공포에 시달렸던 C 상인의 심정을 인터뷰해 보도했다.

해당 기사가 실시간 검색 순위 상위권에 랭크되면서 이슈로 급부상하게 되고, 코로나19 관련 우한 교민을 응원하며 포용했던 아산시민들은 안타까운 소식에 '못할 말 아닌데', '우리가 도와주자', '다시 We are ASAN', '반찬가게 어디냐' 등 구매 운동 바람을 일으키며 맞서고 있다.

반찬가게에서 판매하는 메뉴

[아산데스크]가 해당 가게를 방문해 보니 인신공격성 댓글에 충격을 받은 가게 주인 C씨는 몸져누워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실정이며, 그의 언니가 가게 운영을 도맡고 있다.

또 간판에 내건 휴대전화번호는 (그간 고통스런 심정을 이해하듯) 가렸으며, 판촉을 위해 벽에 내걸었던 전통장류제조사 자격증도 처량하게 비뚤어져 있었다.

가게 운영을 도맡고 있는 언니는 "본인까지 셋이 좁은 공간이라 앉지도 못하면서 연신 아침에 반찬 만들어 내다 파는게 우리 일인데, 동생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며 하소연하면서, 전통장류제조사 자격증을 가르키더니 "(저것보고) 개인정보를 함부로 유포하면서 신상털이하는데 옆에서 본 나도 끔직하더라. 발신자번호 표시 제한 전화와 악성 댓글까지 시달리는데 누가 제정신으로 버틸 수 있겠냐"고 울분을 토로했다.

한편 해당 반찬가게의 안타까운 소식이 확산되면서 정광용 박사모 회장의 경우 지인에게 부탁해 반찬을 종류별로 구매하고, 타지에서도 아산에 거주하는 지인을 통해 구매 의사를 밝히며 가게 위치를 묻는 등 반찬가게를 응원하는 구매 운동 바람이 불고 있다.

또 당시 한 지상파 방송에 공개된 영상에서 "거지 같아요"의 대화는 삭제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반찬가게를 공격하는 유투버에 맞서 '신의한수', '가로세로연구소', '진성호방송' 등 많은 유투버 방송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는 반찬가게 소식을 알리면서 구매 판촉에 나서는 등 응원의 물결도 일고 있다.

후원하기

좋은기사 구독료로 응원해주세요.
더 알찬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지역 밀착형 기사를 추구하며 정도를 걷는 언론으로,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수행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