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관권 선거 ‘늪’에 빠진 아산시와 선관위
[기자수첩]관권 선거 ‘늪’에 빠진 아산시와 선관위
  • 이재형 기자
  • 승인 2020.04.1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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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기자

21대 총선을 앞두고 아산시(시장 오세현)와 아산시선거관리위원회가 공권력이 개입돼 치러지는 선거 형태의 '관권 선거' 늪에 빠져 헤매고 있다.

특히 허위사실 내용까지 꿰맞춘 시 자치행정과에서 작성한 '주요 여론·동향 보고서'가 시민들에게 유출되면서 시끌벅적인데, 정작 시와 선관위는 체면치레에 불과한 일인양 모르쇠로 일관해 꼴불견이다.

거슬러 올라 지난 6일 [아산데스크]는 신창·선장·도고 주민들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관위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이후 지난 7일 오전 선관위로부터 "음식물 제공 관련 선거법 위반 행위를 접수 받아 조사 중"이라며, "세부 답변은 못하지만, 제3자 기부행위로 보고 있다"는 답변을 얻어 보도했다.

이때만 해도 주민들의 술렁임에 빠른 조사를 촉구했을 뿐 특정 정당 및 후보자 등 거론 할 수 있는 실체는 전무했다.

그런데 지난 7일 오후 미래통합당 충남도당이 '아산갑지역 음식물 제공 의혹, 철저한 조사를 요구한다'는 논평이 나오면서 더민주당 후보자측의 '사건'으로 예상하게 됐다.

문제는 지난 8일 작성된 시 자치행정과의 '아산갑지역구(선장·도고) 선거법 위반사례 동향보고'란 제목의 문건이 유출되면서 관권 선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우선 이 문건을 요약하면 "선장 M씨(더민주당 선장 면책)와 도고 C 이장(더민주당 도고 면책) 등 20여명이 도 선관위 지도단속팀에 적발, 아산선관위(비공개 요청)에 따르면 지난 5일 18시경부터 도고 소재 H식당에서 선장·도고지역 더민주당 참관인 등 지역주민 20여명에게 33여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해 적발된 사례"란 내부 보고서다.

덧붙여 "복기왕 후보는 식사 중간에 참석 및 A4 용지에 이명수 의원 비방"이란 세세한 사건 개요와 함께 "도 선관위의 결정에 의해 판단될 사례로서 사건이 확대될 경우 당락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시됐다.

두 차례 관련 보도 등 지난 6~9일 언론에 선관위는 '조사 중'으로 언급 자체를 꺼려해왔지만, 문건 내용 상 더민주당 오세현 시장이 수장인 시와는 세세한 사건 경위까지 은밀하게 나눈 듯 한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한마디로 관권 선거의 단면을 보여 준 셈으로, 의구심 증폭은 이뿐만이 아니다.

시민들은 시가 선거법 위반사례 동향보고를 문건으로 왜 작성했는지 조차 이해하기 어려운데, 허위사실 내용까지 적시되며 향후 시나리오를 예견하는 대담 보고서에 또다시 놀랐다.

유출된 해당 문건 마지막 단락에 보면 "이재형기자의 고발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언론을 통해 사건이 확대될 경우 선관위의 판단에도 작용할 뿐 아니라 통합당의 경우도 고발 조치 등이 이어지고 있어 향후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함"이라고 게재됐다.

고발하지도 않은 본 기자를 파렴치한 인간으로 몰고 간 허위사실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는 무례함은 둘째치고, 향후 언론 대응 시나리오를 연상케 하는 문구로 '사찰' 행위를 시도한 시와 선관위의 작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는 대목이다.

더욱 가관은 지난 11일 오후 9시20분께 보낸 시의 해명 언론 보도자료에서 촉발됐다.

시는 '내부 문서 보안 강화하기로'란 제목으로 "동향 문건은 공문서가 아닌 여론을 관련기관 등과 공유하는 일종의 내부 자료"라며, "외부로 알려진 동향은 21대 총선 관련 관계 공무원이 임의 작성한 문건으로 유출 진상을 파악해 엄중 문책하겠다"는 해명을 내놨다.

다시 말해 선거 관련 동향 문건을 시가 작성하는게 맞는지 조차도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데, 스스로 관련기관 등과 공유하는 내부 자료라고 인정한 셈이다.

또 시는 "내부 문건 중 '당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의 내용은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작성자의 자의적 판단으로 작성된 문구"라고 해명한 것 관련 선거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 입장에서 의무 위반 혐의에 견줘 윗선에 보고했음에도 묵인됐으니 관권 선거의 늪에 빠진 건 도긴개긴이다.

시는 21대 총선이 공명정대하게 이뤄지도록 노력하는 시점에서 공정한 선거가 이뤄지도록 공직기강 강화에 힘쓰겠다고 수습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고 있다'는 비난은 면키 어렵게 됐다.

속담 중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은 의심될 행동을 통해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선 넘은 시와 선관위는 아산시민들 앞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보는지 되묻고 싶다.

또한 관권 선거 논란에 빠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주요 여론·동향 문건'은 도대체 어떤 경위로 작성했으며, 누구를 위해 마련됐는지 아산시민께 당당히 밝혀주길 기대해본다.

유출된 주요 여론·동향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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